1. 안녕하세요. 마취과 전문의 '써니언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막 길고 긴 수련을 마치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된 써니언니라고 합니다.
흔히들 마취통증의학과라고 하면, 단순히 환자를 재우고 깨우는 '잠의 요정'이라고 생각하실텐데요! 수술 중 의식이나 통증을 소실시키는 '마취'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수술 전 과정에서의 환자 맥박, 혈압, 체온 등의 vital sign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여 안전한 회복을 이끄는 수술실의 파일럿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통증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통증 수사관이기도 하며, 중환자 관리, 심폐소생술 전문가로써 환자들의 생명을 든든히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기도 하는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과입니다:)
2. 온앤오프
마취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인턴 시절로 거슬러 갑니다.
한 마취과 교수님께서 지난 100여년의 기간동안 수술 전, 중, 후 사망률이나 치명적 합병율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데는 마취통증의학과의 공로가 컸다면 말씀에 꽂혀 선택하게 되었죠:)
마취통증의학과는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비교적 신생과에 속하는데, 그 어떤 과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가장 큰 매력을 느낀 부분은 생활면에 있어서 병원마다 환경적 차이가 있겠지만 입원환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워라벨'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할 땐 확실하게 집중력을 발휘하고 오프 및 휴가 때는 비교적 여유롭고 온전하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떨칠 수 없는 유혹이었죠.
3. 직업병 아닌 직업병, 혈관을 관찰하다
의사들은 보통 본인의 전공과 관련된 분야를 평상시에도 유심히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취과의 경우 아무래도 혈관 주사를 많이 놓다보니 지인들의 혈관을 유심히 살핀다던지, 기관 삽관이 어려울 관상인지(?)를 면밀하게 살피곤 하죠.
또한 여러 과의 수술방을 다니며 협진을 하다보니 수술과가 아니지만 각 과별로 수술 잘하시는 교수님 추천을 해달라는 요청을 꽤 많이 받는 편입니다.
4. 마취과는 공공의 적
특별히 마취과만의 고충이 있다면, 드물지만 예측하지 못한 돌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수술 전 여러가지 검사나 타과와 협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술과와 대립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본의아니게 수술과들이 말하기로 '공공의 적, 갑질의 횡포'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습니다^^;
수술 이후에도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겼을 때에 마취과에 근거없는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도 많아, 매 수술마다 집도의뿐만 아니라 마취과 의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도 마취과만의 고충이라면 고충이라고 할 수 있죠!
5. 숨이 턱턱 막히는 시국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정된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방호복을 입고 진료를 하게 되는데 방호복을 입고 마취 혹은 시술을 할 때면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혀서 평소보다 빠르게 지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의사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불편함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6. 강박 그리고 채찍질
의사라는 직업이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보니, 전공의 시절을 돌이켜보면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이 환자에게 도움은 커녕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을 노심초사하며 긴장하며 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지나치게 '잘해야겠다'라는 강박에 휩싸여서 스스로에게 모질게 굴며 채찍질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의 모습들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 의사들과 환자들을 오히려 더 불안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7.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현재는 전문의 자격증 취득 후 처음으로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 여유라는 것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돌이켜보니 참 열심히 살았지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은 돌보지 못했구나'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지난 4년이 지식을 습득하고 발전하는 대신에 그 어떤 실수와 실패가 발생하지 않도로고 날이 서 있었던 뾰족뾰족한 시간이었다면, 잠시 쉬어가는 지금의 시간엔 그동안 보듬지 못했던 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8. Love Yourself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담금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중심을 지키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입니다:)
행복한 기억이 있으면 그 어떤 실패와 고난이 있어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해서 지칠 때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느낌일 때, 죄책감은 잠시 내려두고 푹 쉬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취과 전문의 써니언니
"행복한 기억은 실패극복의 원동력이에요"
인터뷰이 이력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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